조성현 무반주 플루트 리사이틀
May 23, 2024
무한도전
Sung-hyun Cho Solo Flute Recital (2024) was created in collaboration with
Hankyung ARTE TV, Cenacle Studio and CUO Music
그날은 5월이었다. 베를린이나 쾰른이나 유럽 어디 무대를 매일 같이 오를 때도 “내 평생 꿈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하는 것”이라고 줄곧 말하던 어느 플루티스트 ㅡ 가 그 꿈을 이룬, 바로 다음 날이기도 했다. 마지막 투어를 향해 가던 중 내가 물었다.
“어제 가장 큰 꿈이 이루어졌으니 당분간은 하고 싶은 게 없겠네요?” 그런데 정말 단 1초의 주저함도 없이, 그보다 더 놀라웠던 것은, 전날 그 꿈의 무대에서 보여준 ‘빛나는 눈동자로’ 답했다.
“앞으로 하고 싶은 거? 너무 많지!!!“
그리고 이날도 5월이었다. 로비에서 만난 또다른 플루티스트와 도대체 어떻게 반주도 없이, 그것도 14개나 되는 곡으로 어떻게 공연을 만들었냐며 서로 웃기만 하던 중, “이렇게 누가 한번 포문을 열면 다른 연주자분들도 하고 싶은 프로그램으로 맘껏 공연을 할 수 있겠죠?”라고 물었더니 돌아온 그의 대답은 단호했다.
“네???? 이거 성현이형 말고는 아무도 못해요!”
연초에 리사이틀 프로그램을 공유해줬을 때부터 나는 줄곧 몇 년 전 그 날이 생각나곤 했다. 하고 싶은 게 역시 이렇게 많았군, 그리고 내색은 안했지만 속으로는 “옳다구나!” 싶었다. 사실 그가 완주 그 자체에 목적을 두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랄까. ’실험’이나 ‘도전’ 같은 수식어는 다 진부하고 부차적인 표현에 가까울 뿐, 그저 또 하나의 탁월한 연주가 탄생하겠거니… 싶었다. 4개든 14개든, 앉아서 듣고 있다 보면 결국은 ‘음악’을 듣게 만들어주는 사람임을 잘 알고 있었고 이 확신은, 생각해보면 지난 몇 년 간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던 것 중 하나였을지도.
그리고 올해 무반주 리사이틀에 대한 나의 열심은…
내가 학생 때 “나는 새은이가 이 일을 꼭 했으면 좋겠어”, 내가 일하기 시작한 뒤로는 “나는 새은이가 만든 게 제일 내 스타일이야”, 심지어는 내가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하니 첫 마디로 “설마 그럼 파플 떠나는 거야?”라며 매번 그만의 방식으로 내가 필요함을 숨김 없이 드러내던, 무조건적인 지지와 인정에 대한... 살짝 늦은 보답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하고 싶은 게 여전히 많으시다면, 계속 같이 해봅시다!
@choflute